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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문학강좌 하우스 콘서트

작성자 사진: President. KwonPresident. Kwon

2024 7.31 11시

액트 예술인문학강좌 하우스 콘서트



(*사진을 좌우로 슬라이드 하면 더 많은 행사 사진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ACT>

내가 늘 하는 이야기지만, 연주를 잘 하는 사람은 많다. 연주를 잘 하는 한국 사람 역시 많다.


하지만 좋은 연주자란 어떤 연주자일까?

짧은 평생 동안 항상 가슴 속에 담아 둔 질문이다. 대답은 당연히 못 찾았다. 그 대답의 작은 조각, 조각을 하나씩 찾아서 '좋은 연주자란 어떤 연주자인가'라는 항목에 대답의 조각들을 던져 넣고 있을 뿐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ACT행사가 앞집 언니 권영현 대표 댁에서 있었다. 연주자는 서울대 교수로 계시다 얼마 전 인디애나 대학에 종신 교수로 가신 이경선 선생님. 유명하신 분이라는데, 내가 알 턱이 있나.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권대표께 자주 들었을 뿐이다. (정경화 강동석 이후의 연주자 잘 모른다)


비탈리의 샤콘느, 드뷔시의 소나타, 그리고 시벨리우스 한 곡씩을 연주해 주셨고, 중간 중간 이정민 선생님의 사회로 연주자의 인생 이야기를 조금씩 들려주셨다. 이경선 선생님은 경남 삼천포 출신이다. 부모님께서 바이올린을 가르쳐 보려고 따님 교육을 위해 도회지인 마산에서 초, 중학교를 다녔다 한다. 사대문 안 고만고만한 사립학교를 나와 늘 콩쿨에서 얼굴 보던 아이들이 모여 예원학교에 가고, 그 아이들이 거의 그대로 서울예고에 진학하던 시절이었을텐데. 마산 출신의 이경선은 서울예고 1학년때 상당히 이질적인 존재였던 모양이다. 따뜻하게 맞아주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가장 예민한 시절의 여학생, 가장 예민한 악기를 다루는 전공생들 사이에서의 보이지 않게 겉도는 그 외로움에서 연주자 이경선의 원동력은 시작되었나보다. 예고 1학년은 몹시 외롭고 힘들었다고 한다.


마산 일대에서는 알아주는 유망주였을텐데, 예고에서의 첫 실기 시험에서 12등을 했다. 오케스트라에서 세컨 바이올린 저 뒤 어딘가에 앉아 예원 아이들보다 더 잘하리라, 더 열심히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2학년이 되어 동아 콩쿨에서 1등! 그 뒤로는 예원출신들을 다 제끼고 실기마다 1등이었다.

"요즘처럼 커튼 치고 연주했어야 하는데, 이 또한 공평하지 않았어요. 저한테 이미 '동아 1등한 애'라는 레이블이 붙었거든요."


그 이후로 연주자 이경선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로만 갔다. 모두가 '유학은 일찍 갈 수록 좋다'했지만,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갔다. 199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쿨에 나갔을 때 참가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28세였다. 그나마도 드레스 끈이 끊어지면서 그 끈과 함께 멘탈도 풀려 연주는 엉망. 결과는 12명중 10등.

유학 가서는 피바디, 줄리어드에서 공부하고 오벌린 음대와 휴스턴 음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서울대 공채 공고에 응시해 서울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경선 선생님의 연주를 들은 소감은 한 마디로

'숨이 안 쉬어져'


그 유명하다는 과르네리를 이렇게 코 앞에서 본 적도 없지만, 사람을 잡아 끄는 연주자의 흡인력은...가히 괴력. 나중에 설명해 주시길 과르네리의 소리가 우렁찬 편이라 한다. 스트라디바리는 과르네리보다도 더 강렬해서 큰 무대에 서도 그랜드 피아노 반주와 싸울 필요가 없는 소리를 낸다고. (하지만 내가 주워 들은 바로는 장수하여 제자들까지 동원하여 제법 많은 악기를 만들어 낸 스트라디바리와는 달리, 과르네리는 단명하는 바람에 완성작이 많지 않아 두 악기의 희소성은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하더라)


오늘 찾은 '좋은 연주자란...'의 답의 조각은 '음악 앞에서 관객이 꼼짝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작년 3월에 처음 갔던 ACT 행사에서 본 김수현 선생님 연주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그날, 그리고 작년 여름 공연장에서 본 김수현 선생님의 연주에서 느낀 '좋은 연주자란...'의 답의 조각은 '악기와 함께 울고 웃는 연주자'였다. 김수현 선생님의 연주는 악기가 연주를 혼자 하고 거기에 연주자가 올라탄 것인지, 연주자가 악기를 만져 소리를 내는지 구분이 안 가는 연주였다.


이경선 선생님은 소리를 내는 순간 '꼼짝마!'라고 천상의 명령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곡이 끝나고 박수를 치면서 보니, 소심한 나는 숨소리도 낼 수가 없어 연주자의 들숨 날숨을 눈으로 파악하며 조심스럽게 숨을 쉬다가 박수와 함께 심호흡을 하고 있더라.


그리고 좋은 연주자들의 연주를 만날 때마다 확신이 드는 답의 조각은 '좋은 사람이 좋은 연주를 하더라'였다.


품성이 좋지 않은 연주자의 연주는 동물적으로 느껴진다. 왜 아는지 모르겠는데, 느껴진다. 워라벨 같은거 연주자에게는 필요없다. 일(즉 연주)가 곧 삶이고, 그들의 삶이 곧 연주니까.


아참, 그리고 이경선 선생님 이야기 중의 작은 해피엔딩은 2024년도 퀸 엘리자베스 콩쿨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것. 드레스끈에 멘탈이 털린 젊은 연주자는 환갑을 앞둔, 회색 머리 연주자가 되어 강동석과 나란히 심사위원으로 앉았다. 그리고 겸손한 연주자는 이를 모두 '국력이 성장한 덕'이라고 한다. 현재 재직중인 인디애나 대학에 새로 임용된 젊은 한국인 교수께서 만나기도 전에 이경선 교수께 이메일을 보냈단다. 선배님들이 고생하며 닦아주신 길 덕에 오늘날 저희가 이런 성취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라고.


연주를 잘 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좋은 연주자란 참으로 귀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좋은 연주자란 하나같이 다 겸손하다.


아참, 선생님의 장래희망은 '내 은사님이 그러셨듯이 80까지 연주하고 후학 지도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하고 체력 관리하는 것'이라고.


글 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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